Q. 경운기 장면이 제일 좋았다고 했는데, 말고도 독특한 장면들이 많다. 구상과 촬영이 어떻게 이뤄졌나?

A. 이일하 감독님 성향이 굉장히 즉흥적이다. 되려 세팅한 것들은 많이 잘라냈다. 영등포 시장에서 분홍색 드레스를 입고 찍은 장면 등이 그렇다. 이랑의 ‘너의 리듬’이 사용된 장면 정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즉흥적으로 이뤄진 것 같다.

Q. ‘모어’ 내에서 주변인들과 있을 때는 밝고 감성적인 면모가 보였지만, 반대로 나래이션에서는 굉장히 염세적이고 울분에 찬 모습이 눈에 띄었다. 평소 삶에서 자신은 어느 쪽에 가까운가?

A. 나는 비관주의자고, 어두운 성격이다.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다. 고쳐보려고 했는데, 인간이 바뀌진 않는 것 같아서 받아들이려고 한다. 나는 절망의 구렁텅이 속에서 아름다움을 쫓는다. 나는 결국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고, 아름답기 위해서 절망과 고달픈 삶을 감내하며 예술가로서 뼈를 깎는 삶을 산다.

Q. 절망의 연속에서 찾아낸 것이 드랙이지만, 영화상에서 드랙을 ‘애증’이라고 표현했다. 이유는 무엇인가?

A. 쥐구멍을 찾아 숨어든 거다. 드랙을 하게 된 20년 간은 매일 회의적이었다. 유년 시절부터 사회적인 폭력을 당해오며 쥐구멍을 찾았는데, 그 쥐구멍 마저도 폭력의 역사였다. 다른 직업도 그렇겠지만 드랙을 하며 고달프고 눈물로 지샌 날이 많았다. 이러다 보니 20년이 지났다.

Q. ‘모어’ 개봉 후에 향후 행보를 알려주자면?

A. 최근 에세이를 출간했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감사하게도 북 토크를 개최하자고 했다. 나의 글은 낯설 텐데, 시대의 변화에 따라서 나 같은 사람을 찾아주는 것 같다. 북 토크지만 나의 전공을 살려 행위예술을 곁들이 파격적인 행사가 될 예정이다.

Q. 글을 ‘낯설게’ 쓴다고 했는데, 영화 내에서 날 서고 시적이었던 나래이션도 직접 작성한 것인가?

A. 맞다. 직접 작성했다. 듣는 이는 웃기겠지만 내가 봐도 잘 썼더라. ‘뼈를 때리는’ 말들을 잘 담아냈다고 생각한다. 덕분에 영화가 나에게 너무 큰 의미가 됐다. 춤도, 낭독도, 출연도 100% 내가 담당했지 않나. 그러면서도 지루하지 않게 쇼를 침투시키는 편집을 해낸 이일하 감독도 대단하다.

Q. ‘모어’가 영화로서 얼마나 성공할 것 같은가?

A. 최근 익스트림 뮤비에서 시사회를 했는데, 극찬을 받았다. 다큐멘터리 영화는 10만도 많은 관객인데, 100만도 갈 거라고 하더라. 관객 수는 모르겠지만, 이 영화는 현 시점에서 모두가 봐야 하는 중요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나라는 개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모두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Q. 현 세대를 혐오로 가득 찬 시기라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모두가 봐야 하는’ 영화를 만든 사람으로서, 혐오로 가득 찬 이들에게 던지고 싶은 말은?

A: 혐오라는 감정이 왜 생겼을까 생각한다. 세상에 아름다운 것이 너무 많은데, 혐오라는 부정적인 감정에 삶과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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